핵심가치를 통한 관리와 통제, 자포스(Zappos)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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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17회 작성일 21-05-11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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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이단아가 시장에 던진 파장 


미국의 의류, 신발 온라인 판매회사인 자포스는 라스베이거스라는 본사 위치와 함께 독특한 기업문화로 명성이 높아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다. 대만계 미국인인 토니 셰이(Tony Hsieh)가 대학 동기생인 샌제이 마단(Sanjay Madan)과 함께 1999년 창업한 자포스는 초창기 신발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다가 의류와 기타 패션상품 전반으로 영역을 확대했으며, 설립 후 2010년에 이르기까지 연평균 매출성장률 100%를 상회해 명성을 얻었다.

이 회사는 2009년 아마존(Amazon.com)에 인수되는 과정에서 시장에 엄청난 충격과 파장을 던졌다. 자포스의 인수를 위해 아마존이 투자한 금액이 무려 12억 달러로, 당시까지 아마존이 인수합병을 위해 투자한 최고액을 경신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리스크를 지적하기보다 “아마존이 자포스의 탁월한 인사이트와 예지능력을 소유하게 되었다”며 호평했다. 자포스의 어떤 부분이 많은 전문가들과 거대기업 아마존을 매료시켰던 걸까.

고객들에게 '와우(Wow)'를 배달하라
이 회사의 특징은, 직원들에 대한 임파워먼트(Empowerment)와 높은 자유도, 그에 비례하는 책임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이들의 내부 밸류체인은 처음부터 끝까지 회사의 사명의 달성, 즉 고객에게 행복을 전달하는 성과에 맞도록 최적화되어 있다.

자포스는 'Deliver Wow'라는 미션 아래 직원들의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고객서비스(CS)를 진작하고자 최선을 다한다. 자포스는 이러한 CS 결과를 달성하기 위해 10대 핵심가치를 표방하고 직원들로 하여금 이를 이행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들에게 있어서 이 10대 핵심가치야말로 매뉴얼이다. 자포스의 10대 핵심가치는 다음의 것들이다.
1. Deliver WOW through service (서비스를 통해 '와우'를 배달하라)
2. Embrace and drive change (변화를 포용하고 추진하라)
3. Create fun and little weirdness (재미와 약간의 괴짜스러움을 창조하라)
4. Be adventurous, creative, and open-minded (모험적이고, 창의적이고, 열린 마음을 가져라)
5. Pursue growth and learning (성장과 배움을 추구하라)
6. Build open and honest relationships with communication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진솔하고 개방적인 관계를 만들어라)
7. Build a positive team and family spirit (긍정적인 팀과 가족 정신을 구축하라)
8. Do more with less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은 것을 하라)
9. Be positive and determined (긍정적이고 결연하라)
10. Be humble (겸손하라)

자포스의 직원들은 이러한 핵심가치에 따라 고객에게 'Wow'를 전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자포스의 콜센터 직원이 7시간 이상 고객과 통화한 에피소드나, 돌아가신 어머니의 신발을 환불해 줄 수 있는지 문의하는 고객에게 직원을 직접 파견해 신발을 회수하는 한편 꽃과 편지로 고객을 위로한 사례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자포스가 이룩한 성과와 미담들은 이러한 핵심가치에 직원들이 충실했기 때문에 창출된 것이다.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핵심가치를 업무에 반영한 결과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브랜드 가치와 흉내 낼 수 없는 내부 역량으로 이어졌다. 물론 자포스에는 서플라이체인 등 다른 강점도 많다. 하지만 자포스의 성공을 견인한 핵심요소는 바로 이러한 핵심가치 기반의 경영방식이라는 평가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의 대다수 기업들은 성장할수록 조직구조를 테일러리즘에 입각해 효율적으로 구성하고 매뉴얼화 하기를 원하게 된다. 자포스는 이러한 과업 매뉴얼보다는 조직문화(Culture)를 기업의 핵심적인 통제 시스템으로 선택했고,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다. 자포스의 이러한 경영방식은 특히 동아시아의 기업들에게는 매우 낯선 것일 수 있을 것이다.
 
 
출처 Zappos.com
 
  
핵심가치를 통한 관리와 통제, 그리고 적합한 인재(Right Person) 골라내기
도대체 저런 핵심가치로 어떻게 조직원들을 통제할 수 있었을까? 사실 한국 기업현실의 패러다임과는 다소 이질적이어서 그렇지 이론적으로는 자포스의 경영방식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또 찾아보면 제법 많은 스타트업들이 이러한 시스템을 추구하기도 하는데, 가장 큰 비밀은 이 회사의 HR 시스템 설계에 있다.

자포스와 같은 경영방식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먼저 HRM프로세스의 관점에서 '확보', 그중에서도 ‘선택(Selection)’에 심혈을 기울일 것이 요구된다. 일반적으로 인적자원관리 프로세스는 인적자원의 확보, 인적자원개발, 보유와 유지, 방출,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전반적으로 관통하는 평가관리로 이루어진다. 이 중에서 개인이 조직에 유입되는 과정이 바로 확보 활동이다. 이 확보 관리야말로, 핵심가치 기반의 통제를 위한 Key 프로세스가 된다.

보통 개인의 능력은 소프트(Soft)한 부분(성향, 사고방식, 라이프스타일 등)과 하드(Hard)한 부분으로 구분된다. 유명한 빙산(Iceberg) 모형으로 설명되는 이 역량모델은 소프트한 부분(소프트스킬/기업이나 조직이 재사회화를 통해 바꾸기 어려운 부분)은 ‘선별 선택’으로, 하드한 부분(하드스킬/기능이나 기술, 직무지식처럼 기업이나 조직이 의도적으로 향상시켜 줄 수 있는 부분)은 육성 또는 선택으로 역량을 확보하는 것으로 정리된다. 이는 인재의 Make(내부육성) or Buy(외부조달) 전략의 의사결정과도 관련되어 있다. 이러한 관점에 따르면, 개인의 가치관과 철학 부분이 자사의 그것에 어울리는지 여부는 '선별해서 골라낼'것이 권장되고, 육성하고 개발하는 데에는 한계가 크다.

따라서 자사 핵심가치와의 적합성을 기준으로 지원자들의 가치관과 사고방식이 자사에 잘 적응될 수 있는 것인지를 미리 파악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자포스는 4주간의 초기 CS교육 과정과 조직사회화 과정을 통해 해당 직원의 조직적합성을 매우 면밀하게 살펴보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지원자를 평가하는 한편 지원자에게도 입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더 준다. 통제기제이자 핵심역량인 자사의 조직문화에 맞는 ‘적합한 인재(Right person)’을 선택하는 것에 힘을 쏟으며 '적합한 인재의 선발'을 위해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이렇게 자포스는 다른 기업들보다 훨씬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을 직원 선택과정에 쏟음으로써 직원들의 높은 조직적합성과 만족도, 낮은 핵심인재 이직률을 유지한다. 그리고 이 선발과정은 핵심가치를 통한 조직 통제를 위한 전제조건이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선발된 주도적이고 창의적인 조직구성원들은 상당한 자율(Autonomy)을 부여받고 스스로의 일을 디자인하며, 심지어 자신들의 복리후생까지 스스로 결정하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한다. 또 최고경영자도 예외가 아니어서 수평적 관계 맺음이 회사 전반에 걸쳐 이루어진다(토니 셰이의 사무실은 본사 건물 2층 야외 복도 한켠의 허름하고 작은 작업실이다.).

또한 자포스 본사를 거닐다 보면 직원이 많이 없나 싶을 정도로 한적한 곳들이 많다. 이것은 직원이 적어서가 아니라, 창의적인 문제해결과 자기통제를 위해 조직구성원 모두에게 좀 더 넉넉하고 넓은 인프라 환경이 제공되고 있어서다. 즉, 1인당 면적까지도 모두 자사의 핵심가치 실현에 최적화되어 있다.

이 모든 요소들은 각각 개별적으로 흩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통제기제와 HR 아키텍처, 조직문화와 조직구조가 잘 어울려 자사의 성과와 미션 달성을 극대화하도록 의도적으로 디자인된 것들이다., 자포스가 의도한 경영 요소들이 전략적 적합성(Fit)과 제도 간의 일관성(Align)을 잘 지키며 충실히 설계되었다는 것이다.

부러워해야 하는 것은 자율성과 수준 높은 복지가 아니다
자포스 사례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자포스의 복지와 자율성이 참 부럽고 좋아 보인다는 단순한 결론이 아니다. 조직을 통제하는 방법과 조직구조, 그리고 HR 전략의 체계적합성의 중요성에 생각이 이르러야 한다.

자율성과 복지시스템을 부러워하면서도 우리에겐 비현실적인 방식이라는 선입견을 갖기 이전에 생각해봐야 하는 부분은, 이 기업이 조직을 어떻게 설계하고 그에 맞는 통제관리 시스템과 프로세스 모듈을 설계하고 있는지일 것이다. 실현이 어려워 보이는 내부시스템으로 12억 달러 가치의 기업을 만들고, 일하기 좋은 회사로 미국 내에서 손꼽히는 평판을 달성하는 것, 이것은 미션과 조직문화, 조직구조, 그에 맞는 HR시스템의 통일성과 적합성을 잘 설계함으로써 이뤄낸 것이다. 기업의 전략에 있어서 적합성과 일관성은 이토록 중요한 것이다.
최진혁 대한민국산업현장(HRD)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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