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노동법 환경의 적응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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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94회 작성일 21-05-11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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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제정 중심 

국가인권위원회가 2017년 만 20세부터 64세까지의 남녀 직장인 1,506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 실태조사'를 추진한 바 있다. 그 결과 전체 응답자의 73.3%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 중 12%는 거의 매일 괴롭힘을 당한다고 응답했으며, 월 1회 이상 괴롭힘을 당한다고 응답한 비율을 합치면 전체의 46.6%에 이를 정도로 높았다. 또한 괴롭힘 행위자는 조직 내 상급자(42%)와 경영진과 임원(35.6%)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처럼 직장 내 괴롭힘이 근래의 사회문제로 부각되면서, 그에 대한 국가의 역할론이 지속적으로 논의가 되어왔다. 그러다 2019년 들어 근로기준법에 처음으로 '괴롭힘'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직장 내에서 폭행 등 유형력에 의한 고통을 주는 행위 뿐 아니라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규정하면서 금지하는 내용이 제정된 것이다. 해당 내용은 지난 1월 15일 부로 공포되었고, 6개월 후인 7월 16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직장 내 괴롭힘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라고 정의되며, 사용자는 물론 근로자 역시 이를 준수하여야 한다.(근로기준법 제76조의2 신설)

이 '괴롭힘'에는 식사나 모임에서 배제시키는 행위, 대화나 인사를 하지 않는 행위, 나쁜 소문을 내는 행위,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거나 가치를 떨어뜨리는 언행, 인사평가 등의 권한을 필요 이상으로 과시하거나 협박하는 언행, 일을 과도하게 주거나 아예 주지 않는 행위, 억압적 노동환경 조성, 외모에 대한 평가, 음주가무나 장기자랑을 조직적으로든 개인적으로든 강요하는 행위 등이 모두 포함된다.

만약 근로자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였다면, 그 사실을 사용자 즉 회사에 신고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신고를 접수하거나 또는 신고가 없더라도 회사가 사내 괴롭힘을 인지한 경우에는 반드시 조사를 실시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적절한 조치에는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근무장소 변경이나 배치전환, 유급휴가 등이 포함되며,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를 해서는 안 된다.

또한 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이 확인된 때에는 피해자의 의견을 들은 후 괴롭힘 행위자에게 적절한 징계 또는 인사조치를 하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신고자와 피해자에게 해고나 불리한 인사조치 등을 해서는 안 된다.

신고자와 피해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내용의 벌칙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취업규칙에도 직장 내 괴롭힘의 예방 및 발생 시 조치 등에 관한 사항을 반드시 기재하여야 한다.

추가로 산재법 개정을 통해 직장 내 괴롭힘, 고객 폭언 등이 발생하여 정신적 장애 및 질환이 발생한 경우 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내용도 새로이 규정되었으며, 산업안전보건법에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를 위한 정부의 책무도 신설되었다. 고용노동부는 이에 그치지 않고 직장 내 괴롭힘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업장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직장 내 괴롭힘과 같은 문제는 금지와 처벌의 논리로 접근하는 것보다는 캠페인과 장려를 통해 직장문화를 개선하고 상호 존중하는 사회적 법칙을 형성하는 것이 먼저이지 않은가 하는 목소리도 있다. 다만 정부는 입법을 통해 적극적으로 개입함으로써 국가가 앞장서서 사회문화를 바꿔나가는 방법을 택했다.

직장 내 괴롭힘(Harassment)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인 것도 아니다. 일본에서도 직장 내 괴롭힘은 지난 한 해 지속적으로 다루어졌던 중요한 이슈였다. 일본 내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이 주로 손해배상을 위한 민사소송으로 비화되는 경향이 있는데, 폭언이나 조롱에 의해 근로자가 견디다 못해 목숨을 끊은 사건의 경우 회사 측에 5,500만 엔(우리 돈 약 5~6억 원)의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일본 정부 역시 후생노동성을 중심으로 괴롭힘 금지 법제화에 고심하고 있고, 올해 상반기 정기 의회에 법안을 상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어쨌든 이제 우리 기업에 남은 숙제는, 이러한 경영환경에 적응하고 적절히 반응하는 것일 것이다. 해당 행위유형을 사내 교육으로 다루고, 적절한 처리절차와 제도적 장치들을 통해 실질적인 문화개선을 위한 활동을 펼칠 필요가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을 방지하고 건강한 조직을 만드는 것 역시 최근의 노동실태개선 트렌드와 연결되어 있는 근로시간 단축과 EVP(Employee Value Proposition : 일하고 싶은 기업으로 어필함으로써 인재를 유치하는 전략 중 하나), WLB와 노동생산성 향상, 그리고 소위 말하는 '연결되지 않을 권리' 등과 궤를 같이 하는 공통된 줄기가 분명 있을 것이다.

사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에서는 당연해서는 안 될 것들이 당연해져버린 것들이 제법 있다. 하급자나 동료를 불편하고 괴롭게 만드는 행동과 언사들을 '조직생활이 원래 그렇다고' 정당화 해온 부분이 없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직장 내에서 알게 모르게 행해지던 불쾌한 말과 행동들이 단순히 인사비용과 노동손실, 직장분위기 악화 뿐 아니라 실정법적 처벌과 규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기업들이 꼭 인식할 필요가 있다.


최진혁 대한민국산업현장(HRD)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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