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트렌드, ‘잡 크래프팅(Job Craf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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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40회 작성일 21-05-11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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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혐오와 혐오노동 깨기 - 우리의 일에는 무엇이 빠져 있는가 


디즈니랜드는 모든 직원을 “캐스트 멤버(Cast member, 배역)”라고 지칭한다. 인형탈을 쓰는 사람들, 청소를 하는 사람들, 퍼레이드 참가자에 이르는 모든 이들을 단순히 ‘돈만 버는 노동자’가 아닌, 거대한 ‘공연 속의 배역’으로 인식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은 모든 직원들이 단순히 시키는 일만 하는 노동자에 그치지 않고, 개개인 모두가 디즈니랜드를 더욱 가치 있는 곳으로 만드는 역할을 수행하는 배우이자 중요한 인물로 느끼도록 만들었다. 이는 적극적으로 고객들에 대해 최선을 다하는 한편 회사에서 시키지 않은 서비스까지도 진작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처럼 조직의 미션과 가치관에 깊이 몰입된 직원들은 모든 기업에 있어 꿈이나 다름없는 직원들이다. 이러한 효과는 ‘잡 크래프팅(Job Crafting)’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잡 크래프팅은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를 스스로 의미 있는 일로 만들고자 하는 일련의 활동’을 의미한다. 



 
잡 크래프팅(Crafting)은 ‘일 빚어내기’로 종종 번역된다. 사진=jozito
 

  
청소노동자가 출근길에 자기가 통상 담당하지 않는 곳에서도 쓰레기를 치우며 “그러한 행동으로 인해 모두가 더 깨끗한 건물을 이용할 수 있어서 더욱 행복해졌을 것”이라 생각하고 뿌듯해한다면, 그리고 그것을 자신의 일로 여긴다면, 이는 잡 크래프팅의 효과라 할 수 있다. 자신의 직무기술서에 기재되어 있지는 않지만 동료를 적극적으로 돕고 멘토를 자청함으로써 그 동료의 문제해결을 돕거나 그를 도울 수 있는 새로운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도록 노력했다면, 그것도 잡 크래프팅에 포함될 수 있다.

의사와 소방관들의 경우 타인의 생명을 구하고 안전을 확보하는 중요한 일을 한다. 그러나 이들에게도 한계와 규정절차는 있다. 의사들은 병원의 운영방침 등에 따라 한 명의 환자에게만 온전히 매달릴 수 없다. 소방관들은 규정절차에 따라 일하기만 하면 결과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면책조건이나 제약을 넘어, 자신의 직업이 추구해야 할 정당한 목적(사람을 치료하고 살린다, 위험에서 구해낸다 등)을 위해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기꺼이 희생하고 보람을 느끼는 경우라면, 이 또한 잡 크래프팅에 해당할 수 있다.

이처럼 잡 크래프팅은 직무수행자가 공식적인 업무규정과 절차에 매몰되지 않고 스스로의 일에 능동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을 의미한다. 잡 크래프팅은 “내 일의 궁극적 목적은 과연 무엇일까”에 기초해 ‘스스로의 일을 재구성’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이는 기업과 개인 모두에게 의미가 있는 것이다. 먼저 기업에게는 이타적이고 능동적인 고몰입 직원을 보유함으로써 조직과 팀의 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다. 개인은 더 행복하게 일할 수 있다.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이 아닌, 더 높은 가치를 위해 일을 구성하고 수행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잡 크래프팅은 “일로부터의 자유(Work-Life Balance, 소위 워라밸)' 뿐만 아니라 ”일을 통한 자유(Quality of Work Life)“까지도 바라보는 개념이다. 

인센티브(Incentive)와 규정통제(Regulation) 만이 전부는 아니다
기존의 ‘일(Job)’은 대개 일방적으로 ‘주어지는 것’이었다. 인사관리(HRM)는 본래 사람(People)과 일(Work)을 연결시키는 방식에 대한 것이다. 기존에 사람과 일을 매칭시키는 방식은, 기업과 조직이 필요로 하는 일이 먼저 존재하고, 거기에 사람을 끼워 넣는 것이었다.

이처럼 관리자가 사실상 일방적으로 일의 내용을 정하는 방식을 우리는 ‘직무설계(Job Design)’라고 불러왔다. 이러한 탑다운(Top-Down) 형태의 직무설계에서는 사람을 동기부여 하기 위해 대체로 인센티브와 처벌이 필요했고, 어긋난 길로 가지 않도록 사람의 행동을 통제할 복잡한 규정들이 필요했다. 이러한 인센티브제도와 규정들이 현명하게 운영되었을 때의 효과성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인센티브와 규정을 통해 사람을 동기화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인센티브를 주고 규정을 제정하면 모든 일이 해결될 것이라는 믿음이 언제나 타당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로체스터(Rochester) 대학의 데시(Deci)와 라이언(Ryan)의 인지평가 실험은 인센티브의 함정에 대한 시사점을 준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이 실험에서, 데시와 라이언은 한 집단에는 퍼즐풀이에 대한 물질적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다른 집단에는 그러한 보상을 주지 않는 내용의 실험을 진행하였다. 인센티브를 제공한 집단의 성과가 훨씬 뛰어날 것으로 보였던 이 실험의 결과는 다소 놀라운 것이었다.

보상을 받은 집단의 학생들은 처음에는 좋은 결과를 내지만, 이후 외부적 보상이 주어지지 않으면 결과가 크게 저하되는 결과를 보였다. 반면 처음부터 보상을 받지 않고 퍼즐을 풀었던 집단의 학생들은 여전히 퍼즐을 푸는 것 자체에 열의를 보였다. 마침내는 보상을 전혀 받지 않은 집단의 성과가 인센티브가 중도에 제거된 집단에 비해 뛰어난 성과를 보이게 되었다.

그 외에 인센티브와 규정통제의 한계가 드러난 사례는 다양하게 존재한다. 가령 이스라엘의 탁아소에서는 아이를 늦게 데리러 오는 부모들 때문에 업무적인 어려움이 생기자 이에 대해 벌금을 매겼는데, 오히려 아이를 늦게 데리러 오는 부모들의 숫자가 크게 늘었다. 이러한 방식은 학부모들로 하여금 “그것이 응당 옳은가”의 관점이 아니라, “그 가격은 적당한가”를 생각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으로 추측되었다.

즉, 외부적 보상이나 처벌이 애초에 주어지지 않은 경우에 사람들은 ‘그 행위 자체의 의미’에 의해 동기부여 되었다. 그러나 인센티브나 처벌조항이 어설프게 삽입되면 “그 일의 목적”이 아니라 “인센티브와 처벌로 인한 경제적 이해타산”을 위해 행동하게 되는 경향이 생겨났다.

근래에 너무 많은 기업들이 인센티브와 규정통제만이 정답인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를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고성과자에 대한 인센티브와 표준화를 위한 규정통제는 실제로 필요하며 현명하게 운영되면 좋은 결과를 가져오겠지만, 그것에만 매달려서는 한계가 있다. 즉, 조직성과의 충분조건이 아닐 수 있다.

우리 직원들의 일 ‘빚어내기(Crafting)’
일을 하는 이유에 대하여 직장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3/4에 육박하는 응답자가 단순이 ‘돈을 벌어야 해서’ 라고 답했다. 이러한 인식을 단지 직장인들만의 탓으로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잡 크래프팅에 대해 강연하는 A.브제스니에프스키(A. Wrzesniewski). 사진=Thinkers 50
 

 
잡 크래프팅의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한 미국의 조직심리학자 ‘브제스니에프스키(Amy Wrzesniewski)’는 “자기 일에 만족하려면 몰두와 열정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한다. 그는 “자기가 하는 일이 다채롭고, 일 처리 과정에서 재량권이 있어야 하며, 회사의 목적에 대한 믿음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처럼 잡 크래프팅은 개인이 주도하고 조직이 후원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일에 ‘영혼을 불어넣는’ 작업이다. 잡 크래프팅은 탑다운 방식인 직무설계의 컨셉과는 반대로 개인이 적극적으로 직무의 내용을 빚어내는, 아래에서부터의(Bottom-Up) 직무변화를 추구한다.

이처럼 잡 크래프팅은 개인에 의한 직무변화이기 때문에, 조직은 지원과 분위기 형성을 통해 이를 진작하여야 한다. 잡 크래프팅은 개개인이 맡은 “일의 궁극적 목적과 사회적 의미”를 개개인 스스로 찾을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다. 따라서 잡 크래프팅을 통해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고 자발적인 성과행동을 유도하고 싶다면, 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set)에 대해 분명한 인식을 가져야 한다. 이는 스탠퍼드대학의 드웩(Dweck) 교수가 제시한 개념으로, 직원들 스스로 자신이 처한 직무환경을 바꿔나갈 수 있다고 보는 관점이다. 즉, 스스로 주도적으로 직무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게끔 해야 한다.

잡 크래프팅은 과업(Task)의 물리적 범위, 인지적 범위, 인간관계적 범위라는 세 가지 업무 영역에 변화를 줌으로써 수행된다. 물리적 범위는 과업의 양과 형태 등에 변화를 주는 것이다. 또한 인지적 범위는 자신의 일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꿈으로써 업무에 대한 개인의 정서나 신념을 개선하는 것을 말한다. 또한 조직원 간의 상호작용의 질이나 빈도에 변화를 줌으로써 인간관계적 범위에서 변화를 유도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본인이 본인의 일의 ‘의미’를 어디에서 찾는지를 알고 변화시키려는 인지적 과정이다. 즉, 자신의 일의 내용 그 자체가 자신의 만족과 성장에 중요할 뿐 아니라, 타인의 삶을 나아지게 하거나 팀과 조직에게 ‘소용이 있는’ 일, 즉 사회적으로도 가치 있는 일로 인식되도록 인지적으로 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직은 이러한 마인드셋을 가꾸어 나갈 수 있는 제반 환경을 마련하고 진작해야 한다.

잡 크래프팅은 개인과 직무 간의 적합성(Fit)을 높여 동기와 몰입을 높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구글(Google)은 잡 크래프팅을 위해 정기적으로 잡 크래프팅 워크숍을 개최한다. 스탠포드, 예일, 미시건 대학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해외의 리딩컴퍼니와 굴지의 대학들 뿐 아니라, 규모가 있는 일부 국내 기업들도 점차 잡 크래프팅의 개념을 도입하고자 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많은 기업들이 자긍심 고취와 만족도 향상, 조직성과에의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기여를 진작할 수 있는 방안으로 잡 크래프팅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진혁 대한민국산업현장(HRD)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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