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에 따른 노동시장 지형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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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12회 작성일 21-05-11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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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국가로는 세계최초 출산율 0명대 진입… 미래 예측 안 돼 


지난 8월 2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출생 통계’에서는 충격적인 내용이 포함되었다. 우리나라에서 2018년 출생한 신생아 수가 32만 6,822명을 기록, 합계출산율이 사상 최초로 1명 밑으로 떨어진 것이다. 우리나라의 2018년 출산율은 0.977명으로, 국가단위로서는 세계 최저이며, 대표적인 저출산 국가로 꼽히는 대만(1.06명), 싱가포르(1.14명), 일본(1.42명)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확인되었다.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이고, 어떻게 출산율을 제고할 것인지 등의 문제는 정치와 사회가 대답할 부분이다. 기업이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이러한 저출산과 고령화에 의해 외부노동시장의 지형이 어떻게 변할지를 판단하는 일일 것이다.


기대수명의 증가와 출산율의 격감으로 인해, 한국은 빠르게 고령화 사회로 진입 중이다. 이러한 현상은 장기적으로 국가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평가되지만, 구체적인 예후는 분명히 드러나 있지가 않다. 가령 생산인구의 감소와 부양인구의 증가는 소비 위축에 의한 디플레이션을 가져올 것이라고 보기도 하고, 급격한 위기를 초래하진 않지만 수요 부진에 따른 성장 둔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기도 한다.

한편 노동시장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러한 고령화가 전반적인 수요의 하락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경우에는 노동수요 감소에 따른 실업을 유발할 것이고, 국내외 경기가 괜찮고 내수가 유지된다면 노동력 부족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가령 동남부 유럽의 경우 노동수요의 감소가 생겨났지만 독일과 일본의 경우에는 반대로 인력난이 발생했다.

한국의 경우는 어떨까? 서구 선진국의 경우, ‘고령화’가 ‘생산인구 감소’에 시기적으로 앞섰다. 하지만 한국은 고령사회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기 전에 생산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한 몇몇 연구들은, 예측이 어렵긴 하지만 생산가능인구의 감소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에 일단은 노동력 부족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사회현상 속에서, 중고령자들의 경제활동 참여는 중요한 관찰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전체 취업자 중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18.3%에서 2016년에는 30%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올랐다. 또한 55~64세 인구의 고용률도 OECD 평균(2016년 기준 약 58%)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으로 높아진 상태다. 이러한 사회조류에 역행할 수 없다면, 그에 맞게 적응해야 한다. 출산율과 고령화가 잠재시킨 거시환경 리스크에 기업들은 적절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

‘고령’의 기준, 이미 바뀌고 있다
국내 노령인구 통계의 기준은 65세이다. 65세부터는 노인으로 보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65세 이상의 비중이 2018년에는 14.3%였다. 2045년에는 35.6%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자고용안정법이 제정되어 정년 역시 65세로 연장되었다.

지난 2월 21일, 대법원은 “국내 사회·경제적 구조와 생활여건이 급속하게 향상·발전하고 관련 법제도가 정비·개선됨에 따라, 기존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60세로 정한 기존 판결 당시의 경험칙의 기초가 되었던 제반 사정들이 현저히 변했다”며, “이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만 60세를 넘어 만 65세까지도 가동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고 판결하였다. 1989년에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55세에서 60세로 상향 판단한 이후 30년 만의 일이다.

해당 사건은 인천의 한 수영장에서 물에 빠져 숨진 4살 어린이 A군의 유족이 수영장 운영업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의 건이다. 이는 A군이 살아있었다면 벌었을 최소 예상수입이 과연 “몇 살까지”일 것인가에 대한 판단으로, 엄밀히 말하면 기업인사관리와의 직접 관련성은 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인사관리의 관점에서 해당 판결을 유심히 바라보는 까닭은, 대법원이 해당 판결을 함에 있어서 전제로 삼은 부분이 ‘기대수명의 증가’와 ‘노동연령의 연장’이기 때문이다. 입법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충분히 의미 있는 사례가 될 수 있다.

장기적인 노동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에 기업이 앞장서야
장기적으로 우려되는 인력난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늘어나는 노령인구에 대한 부양의무를, 줄어드는 생산인구에게 여전히 부담시킬 것인가? 최근에 부쩍 높아진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한 요구를 어떻게 충족시킬 것인가? 미증유의 청년취업난에 따라 부쩍 높아진 평균 취업연령과 늘어난 유예기간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

4차산업혁명 물결에 따라 자동화(Automation)를 넘어선 자율화(Autonomization)가 이루어지는 마당에 노동은 어떤 가치를 담아내야 하는가? 이러한 문제들은 어쩌면 같은 시스템을 공유하는 톱니바퀴들일 수가 있다. 즉, 문제의 수에 비해 필요한 열쇠의 수는 그리 많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한국은 OECD 내에서도 낮은 수준의 청년, 여성 고용률을 보이고 있다. 또한 최근 높아지기는 했으나 서구 선진국에 비해 고령층 활용율도 낮다. 특히 50세 이상 장년층은 임금구조의 경직성에 의해 이른 시기에 퇴직의 압박을 받고, 단순노무 등 부가가치가 낮은 일자리로 내몰리거나 자영업자로의 전환을 사실상 강요받고 있다. 참고로 한국은 OECD 가입국 중 자영업자의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들 중 하나이다. 이러한 형태의 경제구조는 가계부채를 높이고 경기에 대한 민감도를 높이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기존의 직장은 20~60세의 남성을 중심으로 다소 엄격한 연공제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었다. 개인이 조직에 입사한 초창기에는 기업이 주로 투자를 하다가, 업무능력이 신장되는 경력 중기에는 회사의 투자(임금)를 초과하는 산출을 내며 생산성이 최고조에 달하고, 생산성이 감소하는 경력 말기에는 공로 보상의 차원에서 기업이 손해를 감수하면서 일정기간의 고임금을 보장한다. 이러한 생산성 곡선의 가정에 의하면, 따라서 정년연장은 생산성이 낮아진 중고령 직원에게 기업이 더 긴 기간 동안 초과보상을 지급하게 되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러한 부작용을 다소간 해소하기 위한 법적 장치가 바로 임금피크제이다.

많이 바뀌었다곤 하지만, 이러한 연공제의 가정은 많은 직장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기존의 이러한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고서는 쉽지 않다. 인사원리와 세부 프랙티스의 점진적인 개선과 적응이 필요하다.

과학기술의 발전을 고려하여 업무절차 및 가치창출과정의 변화에 적응하도록 관련 교육훈련 체계를 구축하고 역량과 성과에 기반한 보상체계를 마련하는 한편, 특정 연령까지 모든 걸 소진하고 지쳐 은퇴하는 대신 더 오랜 기간을 몰입하여 일할 수 있도록 일과 삶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한 신체능력은 비록 낮아지더라도 그간 축적한 지혜와 노하우를 활용하여 조직에 기여할 수 있도록 새로운 직무와 제도를 마련해 줄 수도 있다.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연장자 문화에 대한 재고도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는 민간기업들의 정확한 현실인식과 준비 없이 정부 정책만 갖고는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이다.

이미 일본의 기업들은 2010년대 중반부터 자발적으로 정년을 연장하기 시작했다. 또한 한국 국내에서 자리를 잡는데 어려움을 겪는 한국의 청년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만들었다. 독일 또한 터키, 동유럽 등지로부터 이민을 적극 받아들인 바 있다.

한국은 앞선 두 나라에 비해 고령인력의 활용대책과 출산율의 격감에 따른 생산인구의 감소라는 두 가지 방향의 현실적인 위험요소를 모두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노동시장 지형은 분명 변화하고 있다. 지금 당장은 청년취업난이 이슈이지만, 2020년대에 들어서면 이미 사회적 화두는 조금 달라져 있을 것이다.

따라서 그 동안 외면되었던 질문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고령인력은 단순히 부양대상인가, 우리사회의 중요한 전략적 인적자산인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우리 모두의 몫이 될 것이다.

최진혁 대한민국산업현장(HRD)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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